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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9.1
    일상의 기록/2017 2017. 9. 1. 13:14

     

     

    한겨레 만화학교에 입학하던 스무살부터

    삼 년의 간사 생활을 거쳐

    빵구난 우만연 사무실에 긴급 투입되었던 서른까지. 

    혹은 그 이후로 한동안도.

    우만연은 내게 길이고 이정표고 방향지시등이고 가로등이고 그랬다.

     

     

    2000년대 초반이었다.   만화컨텐츠가 돈이 된다며 여기저기서 투자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때.

    만화의 날이었나....? 한국만화 100주년 기념...?  오래 되어서 기억이 정확치 않다.

    만화인 국토순례와 전시회를 하겠다며 문광부에서 2천만원인가를 받기로 했다.

     

    만화인의 화합을 도모하기 위한 국토대장정에 문광부가 '시민'과 함께 할 것을 주장했다.

     

    문광부는 돈을 주니만큼 이런저런 원하는 방향을 제시했고

    우만연은 꼴랑 그 돈 주면서 이것저것 간섭하는 게 말이 안된다 생각했고

     

    새벽까지 이어지는 마라톤 이사회에서

    결국 지원금을 받지 않고 독자적인 행사를 하기로 결정되었다.

     

     

    회장이 사임의사를 밝혔다.

     

    본인이 회장으로서 정부 담당자와 한 말이 있는데 이렇게 엎으면 면이 서지 않는다는 이유다.

     

     

    이사회의 결정은 그렇게 번복되었다.

     

     

    나는 울면서 탈퇴서를 썼고 선배들에게 이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선배들이 무슨 힘이 있나.  선생님들이 결정한 사안을.

     

    이러저러한 설득과 말림으로 탈퇴서를 내지는 않았지만,

    국토순례 마지막 날 모두 모인 모텔에서 나는 술쳐마시고 정말 개꼬장을 부렸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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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그 생각이 났다.

    그 때 탈퇴를 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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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에 한 번 겨우 밀린 회비를 정리하는 유령회원에 가까운 나는

    이제 와서 탈퇴의 명분도 없고.

     

    탈퇴씩이나 함으로써 내 뜻을 보여줄 의지도 없고.

     

    그렇게까지 강력하게 의사전달을 할만큼 모임에 애착도 없다.

     

     

     

    근데 그 이후로 십오년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은 애착으로

    머리칼 한 올보다 더 작은 희망을 부여잡고 있었을 어떤 선배가

    오늘 올린 탈퇴의 글을 보니

     

     

     

    마음이 진짜 아프다.

     

    찢어지게.

     

     

     

    젠.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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