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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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9. 19. 어르신 퇴원일상의 기록/2017 2017. 9. 19. 13:19
야이 신발놈아. 생각할수록 열받네. 바빠서 퇴원수속하러 못올수는 있다 쳐. 지아버지 혼자 수속밟게 하고는 몇시일지 뻔히 알면서 전화를 여섯번이나 할 때까지 안받은것도 그래, 너무 바빠서 그랬다쳐. 뇌까지 암세포가 전이되어 인지기능도 떨어지고 거동도. 불편해지고. 언제 쓰러질지 언제 경련이 올지 알 수 없는 노인네를 빈 집으로 돌려보내놓고 너 두 발 뻗고 잠이 오니? 니 아버지가 십년을 누워계셨냐 일년을 누워계셨냐. 고작 두번의 입퇴원이잖아. 그게 그리귀찮냐? 너무 많은 약 종류에 각기 다른 시간대라 젊은 사람도 챙겨먹기 힘들 약 때문에 언제 집에 오냐 요양병원 입원하실 계획이냐 물으니 뭐? 치료도 소용 없다고? 네가 의사냐? 네가 의사야? 넌 가족이잖아. 의사도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고 그 많은 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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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9.1일상의 기록/2017 2017. 9. 1. 13:14
한겨레 만화학교에 입학하던 스무살부터 삼 년의 간사 생활을 거쳐 빵구난 우만연 사무실에 긴급 투입되었던 서른까지. 혹은 그 이후로 한동안도. 우만연은 내게 길이고 이정표고 방향지시등이고 가로등이고 그랬다. 2000년대 초반이었다. 만화컨텐츠가 돈이 된다며 여기저기서 투자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때. 만화의 날이었나....? 한국만화 100주년 기념...? 오래 되어서 기억이 정확치 않다. 만화인 국토순례와 전시회를 하겠다며 문광부에서 2천만원인가를 받기로 했다. 만화인의 화합을 도모하기 위한 국토대장정에 문광부가 '시민'과 함께 할 것을 주장했다. 문광부는 돈을 주니만큼 이런저런 원하는 방향을 제시했고 우만연은 꼴랑 그 돈 주면서 이것저것 간섭하는 게 말이 안된다 생각했고 새벽까지 이어지는 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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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8.6.일상의 기록/2017 2017. 8. 7. 15:39
6월 본부 연수 때. 아침도, 버스 이동할 때도 멀쩡했다. 점심 먹으러 가서도 멀쩡했다. 그저 식욕이 좀 없었을 뿐. 밥 잘 먹고 숙소로 돌아와 잠시 앉아 있는데 갑자기 배가 뒤틀리기 시작. 그저 화장실이 가고 싶은가 했는데 연수 들어가서는 신트림이 올라오고 식은 땀이 삐질삐질. 그 뒤로 하루종일 숙소에 누워 지냈다. 배는 꼭 장염처럼 꼬집꼬집. 그리고 지난 주말. 수연이, 란이네랑 만나 감자탕 잘 먹고 신나게 수다 떨다 집에 돌아온 시간이 오후 8시가 조금 안되어서. 잠자리에 든 건 새벽 1시쯤? 말짱했다. 소화가 안된것도 아니고 딱히 과식한 것도 아니고 저녁을 먹고 바로 잔 건 더더욱 아니고. 새벽 3시쯤 더워서 깼다. 온 몸이 땀 범벅. 그리고 데굴데굴. 더위인지 식은땀인지 모를 땀으로 온 몸이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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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8.1. 스피닝일상의 기록/2017 2017. 8. 2. 10:58
스피닝을 다닌다. (한 열흘만에 다시 갔나...;) 노래 한 곡을 채 다 못 따라하고 멍하니 의자에 앉아 열심히 발을 구르는 다른 사람들을 보고 있다가 문득. '왜 나는 체력이 저질일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여럿이 달리기를 할 수 있게 된 유치원 때부터 현재까지, 한번도 달리기에서 꼴찌를 면해본 적이 없고. 학력고사 점수가 걸려 있는 체력장을 제외하고는 한번도 오래달리기를 완주해본 적이 없고. (이 때는 학급 친구 거의 전체가 나를 떠메고 달리다시피해서 완주시켜줬다 ㅜㅜ) 왜 나는 이렇게 생겨먹었을까? 중 2때였다. 그 때 체육선생님 존함도 정확히 기억난다. 당시 학생주임이었는데 꽤 무서운 분이셨다. 아이들 사이에서는, 거의 모든 체육선생님이 늘 그렇듯이 무식하다고 무시당하는.... 4교시. 늘 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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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7.30.일상의 기록/2017 2017. 7. 31. 00:05
친구녀석 가기 전날 마지막 보았을 때. 얼굴은 물기 하나 없는 해골에 손은 고무장갑만큼 부풀어 있었다. 보잘 때 볼 걸. 이쁠 때 좀 더 볼 걸. 왜 또 볼 수 있다 생각했을까. 일어날 수 있을거란 가당찮은 희망 왜 가졌던걸까. 박종필 감독 추모 영상을 보며 그 생각을 했다. 젊고 빛나던 그의 모습과 반쪽이 된 그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 그를 보러 가던 길에 부고를 들었다는 어떤 감독의 추모글을 보며 또 그 생각을 했다. 그 녀석이 빛날 때 더 많이 봐줄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