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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8.1. 스피닝
    일상의 기록/2017 2017. 8. 2. 10:58

    스피닝을 다닌다. (한 열흘만에 다시 갔나...;)  노래 한 곡을 채 다 못 따라하고 멍하니 의자에 앉아 열심히 발을 구르는 다른 사람들을 보고 있다가 문득.

    '왜 나는 체력이 저질일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여럿이 달리기를 할 수 있게 된 유치원 때부터 현재까지,  한번도 달리기에서 꼴찌를 면해본 적이 없고. 

    학력고사 점수가 걸려 있는 체력장을 제외하고는 한번도 오래달리기를 완주해본 적이 없고. 
    (이 때는 학급 친구 거의 전체가 나를 떠메고 달리다시피해서 완주시켜줬다 ㅜㅜ)

    왜 나는 이렇게 생겨먹었을까?

     

    중 2때였다.  그 때 체육선생님 존함도 정확히 기억난다.  당시 학생주임이었는데 꽤 무서운 분이셨다.  아이들 사이에서는, 거의 모든 체육선생님이 늘 그렇듯이 무식하다고 무시당하는....

    4교시.  늘 하던대로 운동장 5바퀴 돌기로 시작하는 체육시간.

    무서운 선생님이 시키는대로 아이들을 따라 어찌어찌 다섯바퀴는 돌았는데,  구역질이 나기 시작. 
    숨도 제대로 안쉬어지고 헛구역질이 계속 올라와 죽겠는 상황에서 멀리뛰기 연습이 시작되었다.

     

    학교 정문 근처 운동장이 시작되는 곳.  나무 옆 자동차타이어로 구획이 나누어진 모래사장.

     

    순서대로 멀리뛰기를 한번씩 하고 다시 뒤로 돌아가 줄을 서고....
    내 차례가 되었는데 도저히 뛸 수가 없었다.

     

    안.뛰.었.다.


    그 댓가로 나는 한시간 내내 나무 밑에서 손을 들고 서 있었다.


     

    점심시간이 끝나갈 때쯤. 교무실에서 불렀다. 

     

    나는 체육을 뺀 다른 과목은 대체로 양호한 편이어서 선생님들과 잘 지냈기 때문에, 교무실에 들어가니 다른 선생님들이 아는 체를 해주시고 무슨 일이냐고 물어오신다.  모범적인 아이라고 내 편도 들어주신다.

     

    체육 선생님은 왜 멀리뛰기를 하지 않았는지 이유를 물어오셨다.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도저히 뛸 수 없어서 그랬다고 이야기하면 믿어주시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이 상황을, 도저히 뛸 수 없었던 내 체력과 내 상황을 말로 조리 있게 설명할 자신이 없었다.  체육시간만 가까와 오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을 쉴 수 없다고 말 할 수는 없었다.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5, 6, 7교시 내내 교무실 한 켠에서 손을 들고 서 있어야 했다.

     

    지금 생각하면 체육선생님은 자존심이 참 많이 상하셨을 거다.  국영수 잘 나가는 과목 선생님들하고는 친하게 지내는, 함부로 때리기도 곤란한 범생이 녀석이
    체육선생은 무시하고 이유도 없이 수업 거부라니.  대학 가는데 하등 보탬이 안되는 과목이라고 무시하다니.   그렇게 생각하셨을지도.
    실제로 나는 오래달리기로 점수를 따느니 수학 문제 하나를 더 풀고 말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체육은 내 유년 시절을 암울하게 만들던 몇가지 요인 중 꽤 중요한 요인이었다.

     

    내 발로 내 돈 내고 운동을 등록해 다니는 것만 해도 대단하지 않나. 스스로 대견해하면서.....

     

    그런데 대체 왜 나는 이렇게 체력이 저질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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