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15일 : 12월 26일
    여행/Peace and Green Boat 2007. 1. 31. 01:13

    몇 시간 자고 일어나보니 배는 어느새 부산항에 닿아 있었다. 갑판에 나가 어머니께 전화를 건다.

    - 병원에 전화해봤어?뭐래? 방은? 계약했어? 할머니는 오셨어요? 아부지는? 확정됐어? 얼마래요?

    ............................. 입국수속을 밟기도 전에 현실이다.

    어머니의 건강검진 결과... 이사갈 작업실 계약 문제... 잠시 한국에 들어와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의 안부... 부모님 사시는 아파트의 대출 건.... 아아, 내리기 싫다. 내리기 싫다 내리기 싫다 내리기 싫다....

    그래도....... 부대찌개랑 비빔밥이 먹고 싶었고 친구 목소리도 듣고 싶었다.

    우리 빵이 콩이 명이 보들보들한 발바닥도 그립고 내 방, 내 완전소중한 베개도 그립다.

    HOME SWEET HOME

    돌아왔다 여기로.

    =========================================

    1.

    시청역에서 1호선을 타는데 뭔가 또르르..... 동수선배님이 동전을 하나 줍는다.

    어? 어라? 야~ 이거 뭐냐?

    무지무지 작은 10원짜리 동전이다. 처음에는 홍콩이나 일본에서 쓰고 남은 돈인 줄 알았다.

    자세히 보니 한국 돈이다.

    야.... 얘들이 우리 없는 새 돈을 싹 바꿔버렸네.

    2.

    표를 끊고 계단을 내려가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다음 열차는 소요산 소요산행 열차입니다.

    이런다... -_-;;;; 지하철 잘못 탔나..? 소요산....?? 의정부가 아니고...?

    야.... 얘들이 우리 없는 새 지하철도 더 뚫었다.

    3.

    창동역에 내렸더니 역 풍경이 사뭇 다르다.

    어느새 민자역사 공사 시작한다고공터에 가건물 하나가 들어서 있다.

    우리, 보름 다녀온 거 맞아요? 몇 년 된 거 아니고????

    =================================================













    오자마자 여기저기 모이느라 정신없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스텝 모임, CC 모임, 신문국 모임, 누가 친 급 번개 등등등.....

    돌아와 일지를 쓰면서 배에서 만난 게스트 들을 하나씩 검색해본다.

    아.... 이런 사람이었구나.

    어.... 이런 사람이었네.

    임진택 선생님이 '한국 마당극의 창시자'이고 '서울대'를 나온 고학력에 나를 배에 태워준 '민예총 부회장님'이란 걸 알았더라면 아마 난 강아지처럼 꼬리 흔들며 쫄랑쫄랑 쫓아다니지 않았을 거다.

    김상익 선생님이 시사저널 전 편집장이었다는 걸 알았더라면 그리 쉽게 농담을 붙이진 못했을 거다.

    그러나 조한혜정 교수님이 '연대교수'가 아니고 '하자 교장'이라는 걸 미리 알았더라면 복도에서 그저 눈인사만 하며 지나치진 않았겠지.

    강재훈 기자님이 '기자'가 아니었다면 "와~ 오디에요? 와~ 24-70이네." 하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겠지.

    무지가 가져다 준 선물....... 선입견이 앗아간 기회......

    보름간의 여행에서 얻는 건 '사람'인 듯 하다. 세상은 정말로 넓고, 모두들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 열심히 그리라고. 응? 죽어라 그리란 말야. 넌 죽어라 만화 그려. 난 X나게 영화 찍을테니까.

    인사동 어딘가에서 엄청난 양의 소주로 위장을 채우고 변영주 감독님이 하신 말씀.

    서른이 넘어서자 어느새 꿈도 잃고 사는데 급급한 내가 너무나 창피했던 그 날. 우리가 지겨워하던 386세대들이 사실은 우리보다 더 젊고 열정적으로 살고 있다는 걸 깨달았던 그 날.

    보름간의 예행연습을 마치고........ 나는 이제 항해를 시작한다. 보름간의 여행에서보다 더 멋진 풍경을 마주하고 더 깊은 사람들과더 멋진 대화를 나누게 될 항해를.

    '여행 > Peace and Green Boa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덕수궁 by 국봉  (6) 2007.04.01
    덕수궁 by 경희  (4) 2007.04.01
    종민  (15) 2007.03.29
    070301 대학로  (11) 2007.03.02
    14일 : 12월 25일  (5) 2007.01.31
    13일 : 12월 24일  (7) 2007.01.30
    12일 사진  (6) 2007.01.29
    12일 : 12월 23일  (7) 2007.01.29
Designed by Tistory.